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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널 저편의 신비한 마을에서 벌어지는 나를 찾기위한 여정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출연: 히이라키 루미(치히로, 센), 이리오 미유(하쿠) 등

    개봉일:2002.06.28

    장르: 애니메이션, 판타지, 모험

    거장의 복귀와 연극으로의 재 탄생

    모모노케 히메를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했던 미야자키 하야오는 안타깝게도 콘도 요시후미의 사망과 함께 지브리의 명맥을 이어갈 감독이 사라지자 뜻하지 않게 다시 돌아왔다. 복귀작으로 카시와바 사치코 작가의 안개 너머 이상한 마을을 기획하려 했지만 여러 이유로 무산된 후 자신이 직접 펜을 들어 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만들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주인공인 센과 하쿠보다 넘치는 인기를 자랑하는 가오나시 캐릭터는 아직까지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며 성공한 서브 캐릭터의 면모를 보여주는데 22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잊지 못하던 팬들에게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일본에서 실사화 연극으로 재탄생한 작품은 배우들의 생동감 있는 연기력과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하며 인기를 끌었고 해외 공연도 기획하고 있다고 하여 근접국인 한국의 팬들은 기대감도 높아졌다.

    센과 치히로 이야기의 시작

    치히로는 부모님과 이사 가던 중 실수로 길을 잘못 들게 되고 어둠을 따라 터널 건너편으로 가게 된다. 그곳에서 누군가 잔뜩 차려놓은 음식 앞에서 부모님은 홀린 듯 음식을 집어먹게 되고 결국 돼지로 변한다. 그때 만난 하쿠의 도움으로 여관에 잠입해서 그곳에서 온천장의 주인인 유바바와의 계약을 통해 부모님을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리고 모두 함께 돌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치히로는 계약상 이름을 빼앗기고 센으로 온천장에서 일하게 된다. 누군가의 등장으로 급격히 소란스러워진 온천장. 모두가 바라보는 그곳엔 더럽고 냄새나는 오물 신이 있다. 서비스 정신이 투철한 유바바는 손님을 모욕할 수 없다며 예를 갖춰 그를 맞이하고 센에게 그의 시중을 맡긴다. 탕 안으로 미끄러진 소녀는 오물 신의 몸속에서 손에 걸린 무언가를 열심히 잡아 빼려 노력하고, 전원 합심해 그의 몸속에서 온갖 오물을 비롯한 쓰레기들을 끄집어낸다. 잠시 후 모두가 오물 신이라 생각하고 기피했던 이는 알고 보니 강의 신으로 밝혀지고 인간의 쓰레기로 뒤덮여 있던 그는 센의 도움으로 자유를 찾고 돌아가게 된다. 어느 날 심하게 다쳐 하늘을 나는 용을 발견한 센은 용의 정체가 하쿠임을 알아보고 하쿠도 유바바와의 계약으로 이름을 잃고 명령으로 인해 위험한 일을 저질렀다는 걸 알게 된다. 센은 비 오는 날 마주친 가오나시에게 작은 친절을 베풀게 되고 그 한 번의 만남에 센을 향한 그의 집착이 시작되고 결과적으로 온천장은 쑥대밭이 된다. 센은 자신과 하쿠의 이름을 찾고 부모님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나의 어린 시절

    어린 시절 나는 이사를 가게 되어 거리상 초등학교를 옮겼어야 했고, 전학을 갈지 먼 거리를 오갈지 결정해야 했었다. 아마 이때가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이후로 내 인생에서 가장 결정하기 힘든 순간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당시 나는 친구들과 헤어지기 싫은 마음 반, 낯선 곳에서 적응해야 한다는 불안한 마음 반을 저울질하며 깊은 고민에 빠졌었다. 어떻게 할래?라는 엄마의 물음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나는 전학 안 갈 거야!라고 내뱉었고 그렇게 신체적 편함보다 정신적 안정을 선택한 어린 나에게 엄마는 굳이 강제적인 선택을 강요하지 않았다. 그렇게 겁쟁이였던 어린날의 나는 결국 한동안 새벽 여섯 시에 일어나는 어린이로 살았다. 당시 디즈니 만화동산이 8시에 방송했는데 난 평일 6시에 일어났으니 얼마나 바른생활하는 어린이였나 싶다. 어른이 되면 어린아이처럼 생각하지 못한다고들 하는데 그때마다 이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지금 생각해보면 무슨 미친 짓이었나 싶지만 그때는 그렇게 일찍 등교하는 나를 위해 좀 더 일찍 일어나서 함께 해주던 친구들이 있었기에 불편함보다는 매일 아침이 즐거웠고 그렇게 환승해가며 학교를 다녔고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을수록 그때 굳이 그렇게 힘들게 학교를 다녀야 했을까? 전학 갔으면 오히려 새로운 친구들을 더 만나고 이 친구 저 친구 소개해주며 와글와글하게 좀 더 즐겁게 지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그래서 그랬는지 영화 초반 이사를 가게 되며 반응하는 치히로의 감정에 많은 공감을 했었고 그 점이 영화에 빠져드는데 가장 큰 작용을 했다. 갑작스레 일어난 당황스러운 상황 속 치히로는 센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곳에서 적응해 나가며 사건을 해결한다. 영화의 숨은 의미와 그들의 여행과 함께 나의 어린날의 추억 속으로 더 깊게 떠나게 해주는 영화. 여러 의미로 나에게는 소중한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었다.